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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라포수르 폭포(Múlafossur Waterfall) 삭순(Saksun) 쇠르보그스바튼 호수(Sørvágsvatn)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위키미디어 커먼즈(Wikimedia Commons)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Wikimedia Commons) 촬영자: MiroRosa (Wikimedia Commons)
1. 첫날부터 수도로 가지 않는다|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여행의 첫 장면을 남겨두는 방법
페로제도(Faroe Islands)는 지도를 확대해서 보기 전까지는 여행 동선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 곳이다.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으로 북대서양에 흩어진 18개의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초록색 절벽과 검은 바다, 지붕에 풀이 자란 작은 집들이 여러 섬에 나뉘어 있다.
그런데 막상 여행계획을 세워보면 생각보다 이동은 어렵지 않다.
도로와 다리, 해저터널로 연결된 곳이 많아 렌터카 한 대가 있으면 서로 다른 섬을 오가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갈 수 있는 곳이 많으니 하루에 너무 많은 장소를 넣게 되는 것이다.
내가 페로제도(Faroe Islands)에 간다면 첫날부터 수도 토르스하운(Tórshavn)으로 달려가지 않겠다.
보가르 공항(Vágar Airport)에 도착하면 공항이 있는 보가르섬(Vágar Island)부터 하루를 쓰고 싶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가사달루르(Gásadalur)의 뮬라포수르 폭포(Múlafossur Waterfall)다.
초록색 절벽 끝에서 폭포가 그대로 북대서양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페로제도(Faroe Islands)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여기에 쇠르보그스바튼 호수(Sørvágsvatn)를 더하면 첫날은 충분하다.
특정 각도에서 호수가 바다보다 훨씬 높은 곳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트레라니파(Trælanípa) 전망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만 이곳은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가 무료로 걷는 장소로 보면 안 된다.
일부 인기 하이킹 코스에는 이용료가 있고, 트레라니파(Trælanípa) 역시 방문 방식에 따라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페로제도(Faroe Islands)까지 직항이 없기 때문에 유럽에서 한 번 이상 연결하는 일정이 현실적이다.
내가 일정을 짠다면 인천에서 코펜하겐(Copenhagen) 같은 유럽 허브까지 이동한 뒤 페로제도(Faroe Islands)로 들어가는 방식을 먼저 살펴보겠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왔다면 3박으로 압축하기보다 적어도 5박 정도를 확보하고 싶다.
기후도 여행속도를 늦춰야 하는 이유다.
북대서양의 해양성 기후라 한여름에도 덥게 돌아다니는 휴양지가 아니며 바람과 비, 안개가 짧은 시간 안에도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다.
방수 재킷과 방수되는 걷기 좋은 신발은 계절을 떠나 우선순위가 높다.
결국 첫날의 목표는 관광지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도착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장거리 운전이 아니라 공항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내가 정말 페로제도에 왔구나’라고 느낄 만한 풍경 하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숙소를 매일 옮기지 않는다|토르스하운을 베이스캠프로 만들고 날씨에 따라 방향만 바꾼다
페로제도(Faroe Islands)에서는 매일 다른 섬에서 자는 일정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실제 여행계획을 만든다면 숙소는 오히려 자주 바꾸지 않겠다.
짐을 싸고 체크아웃하고 다시 체크인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날씨다.
오늘 북쪽이 흐리다면 남쪽으로 움직이고, 내일 시야가 열리면 미뤄둔 하이킹을 하는 식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5박이라면 토르스하운(Tórshavn)을 중심으로 3 ~ 4박 정도 머물고 보가르섬(Vágar Island)에서 첫날이나 마지막 날 1박을 배치하는 방식이 편해 보인다.
토르스하운(Tórshavn)은 작은 수도지만 항구와 구시가지, 식당과 카페가 모여 있어 자연만 계속 보는 일정 사이에 쉬어가기 좋다.
잔디 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이 모여 있는 팅가네스(Tinganes)를 천천히 걷고, 항구에서 커피를 마시는 하루를 하나 끼워 넣어도 좋겠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날에는 삭순(Saksun)과 촌누비크(Tjørnuvík)를 묶고 싶다.
삭순(Saksun)은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과 석호가 함께 보이는 곳이라 맑은 날의 화려한 풍경보다 흐린 날의 분위기가 더 궁금해지는 장소다.
또 다른 날에는 클락스비크(Klaksvík)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여건이 맞으면 칼소이섬(Kalsoy Island)의 칼루르 등대(Kallur Lighthouse)를 후보로 둘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유명하니까 무조건 간다’는 식으로 잡지는 않겠다.
페로제도(Faroe Islands)의 일부 하이킹은 유료이고 지역에 따라 접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 직전에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먹는 것도 이 섬에서는 하나의 여행 주제가 된다.
발효 양고기와 말린 생선, 연어, 대구처럼 바다와 혹독한 기후 속에서 발전한 음식문화가 강하다.
특별한 현지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토르스하운(Tórshavn)의 레스트(Ræst)가 흥미롭다.
발효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전통적인 발효 식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생선과 해산물을 중심으로 먹고 싶다면 바르바라 피시 하우스(Barbara Fish House), 양고기 요리를 원한다면 아르스토바(Áarstova)도 현재 현지 외식 목록에서 확인되는 선택지다.
반면 과거 페로제도(Faroe Islands)의 대표 파인다이닝으로 유명했던 콕스(KOKS)는 현재 휴업 상태이므로 예전 여행글만 보고 예약 대상으로 넣으면 안 된다.
이런 최신 변화까지 생각하면 페로제도(Faroe Islands)는 관광지 목록을 완성해서 가져가는 여행보다 매일 아침 그날 갈 수 있는 곳을 다시 선택하는 여행에 훨씬 가깝다.
3. 300만원 여행과 400만원 여행의 차이는 호텔 등급보다 ‘차를 며칠 빌리느냐’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여행경비는 항공료·호텔·식비를 각각 얼마라고 나열하기보다 어떤 여행방식을 고르느냐에 따라 돈이 어디에서 달라지는지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두 사람이 함께 5박 정도 머문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선택할 것은 렌터카를 5일 내내 사용할지, 필요한 날만 빌릴지다.
페로제도(Faroe Islands)는 렌터카가 편한 여행지이지만 대중교통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곳은 아니다.
토르스하운(Tórshavn)을 중심으로 버스와 페리를 이용할 수 있고 여러 날 사용할 수 있는 교통 패스도 있기 때문에 ‘렌터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예산을 줄이고 싶다면 도착 첫날과 자연지역을 집중적으로 보는 2
3일만 차를 사용하고, 토르스하운(Tórshavn)에 머무는 날은 대중교통과 도보를 섞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여행시간이 짧다면 나는 돈을 더 내더라도 차를 오래 빌리겠다.
여기서는 이동 자유가 곧 날씨를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의외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하이킹이다.
자연을 걷는 여행이라 관광지 입장료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트레라니파(Trælanípa), 칼루르 등대(Kallur Lighthouse), 드랑가르니르(Drangarnir)처럼 이용료나 가이드 조건이 붙는 코스가 있다.
그래서 하이킹을 많이 넣는 사람과 마을·해안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현지 지출은 꽤 달라질 수 있다.
식비도 매일 파인다이닝을 할 필요는 없다.
하루는 레스트(Ræst)나 바르바라 피시 하우스(Barbara Fish House)처럼 페로제도(Faroe Islands)에서만 기억에 남을 식사를 하고, 다른 날은 카페나 가벼운 식사로 조절하겠다.
내가 300만원 안팎의 예산을 생각한다면 항공권을 일찍 확보하고 숙소 등급을 낮추면서 유료 하이킹을 한두 곳만 고르겠다.
예산을 400만원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면 고급 호텔보다 렌터카 사용일과 현지 식사, 날씨 때문에 일정이 바뀌어도 버틸 수 있는 추가 숙박일에 먼저 돈을 쓰고 싶다.
이 섬에서는 1박에 몇 만원을 더 주고 좋은 방을 얻는 것보다 하루를 더 확보해서 맑은 날을 한 번 더 기다리는 것이 훨씬 값비싼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페로제도(Faroe Islands)의 여행경비는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날씨가 바뀌었을 때 내 일정도 바꿀 수 있는가’에 돈을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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