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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3박 4일에 제주 한 바퀴? 이번에는 동쪽 절반만 여행해보자

by 날으는 나그네 2026. 10. 7.

제주도 여행을 짤 때 이상하게도 욕심이 생깁니다.
애월도 가고 싶고, 성산일출봉도 보고 싶고, 서귀포도 내려가고 싶고, 한라산도 궁금합니다.
결국 지도에는 제주공항에서 애월, 중문, 서귀포, 성산, 함덕을 잇는 거대한 원이 그려집니다.
문제는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제주 풍경보다 렌터카 안에서 보낸 시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주 여행은 반대로 짜보겠습니다.
3박 4일 동안 제주 동쪽만 갑니다.
성산일출봉에서 시작해 우도, 세화·월정리·김녕을 지나 숲과 오름으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관광지를 줄였는데 오히려 제주가 더 많이 보이는 여행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제주 동부 해안 풍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 촬영자: 아사프 제불론(Asaf Zebulon) / 라이선스: CC BY-SA 3.0

1. 첫날부터 성산으로 가버린다|제주시 숙소가 싸도 이번 여행에서는 공항 근처에서 자지 않는 이유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행시간 자체는 짧습니다.
김포뿐 아니라 부산·대구·청주 등 국내 여러 공항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섬에 비하면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주에서는 ‘가는 방법’보다 도착하고 나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공항에서 서쪽으로 가지 않습니다.
렌터카를 인수했다면 바로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함덕·김녕·월정리를 지나 성산까지 이동합니다.
첫 숙소도 제주시에 두지 않고 성산 또는 표선 쪽에 2박을 잡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성산일출봉 하나 때문이 아닙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우도와 성산, 섭지코지 일대를 움직이기 쉬워지고, 밤늦게 다시 제주시까지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기후는 같은 날에도 지역별로 차이가 꽤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을 중심으로 구름과 비의 분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 비 예보’ 하나만 보고 하루 전체를 포기하기보다는 동부·서부·산간 날씨를 따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10월은 한여름의 강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걷기 좋은 계절이지만, 해안 바람과 일교차를 생각해 얇은 겉옷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침 2026년 10월 현재 제주 공식 관광사이트에는 가을 여행 콘텐츠와 함께 세계유산축전 등 여러 가을 행사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첫날 관광지는 욕심내지 않습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잠깐 바다를 보고 월정리 해안도로를 천천히 지나 성산에 도착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주 동쪽을 여행하면서 숙소를 성산에 두는 가장 큰 장점은 다음 날 아침입니다.
관광버스와 당일 여행객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에 성산일출봉 주변을 움직이고, 이후 성산항을 통해 우도로 넘어가는 식으로 하루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숙소 형태는 호텔뿐 아니라 펜션, 게스트하우스, 독채형 숙소까지 다양합니다.
바다 전망이 목적이라면 성산·세화 해안 쪽을, 음식점과 이동 편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성산읍 생활권을 먼저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예쁜 숙소’보다 아침 동선을 줄여주는 숙소에 점수를 더 주겠습니다.
제주에서 하루 2시간씩 차 안에서 보내는 것보다 그 시간을 바닷가나 오름에서 쓰는 것이 훨씬 아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산일출봉 가는길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 촬영자: 아사프 제불론(Asaf Zebulon) / 라이선스: CC BY-SA 3.0

 

 

 

2. 둘째 날에는 관광지 숫자를 세지 않는다|우도에서 오후 3시가 됐는데 좋다면 그냥 더 머무는 여행

 

둘째 날은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중심으로 잡습니다.
여기서 평소 제주여행과 다른 규칙 하나를 만들겠습니다.
“오후 2시까지 우도, 3시에 섭지코지, 5시에 카페” 같은 시간표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갔는데 날씨가 아주 좋다면 정상과 주변 해안을 충분히 보고 내려옵니다.
성산일출봉은 제주 화산섬의 대표 경관이자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이해하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오는 곳으로만 쓰기에는 아깝습니다.
그다음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넘어갑니다.
우도에서는 해안풍경을 보며 천천히 이동하고 검멀레해변, 서빈백사 등 대표적인 장소를 골라 보는 방식이 좋습니다.
반드시 모든 곳을 체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날씨가 좋고 바다가 마음에 들면 한 곳에서 오래 머물러도 됩니다.
이것이 이번 제주 동부 여행의 핵심입니다.
관광지를 줄였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예상보다 한 시간을 더 써도 다음 일정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다음 날에는 제주 동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꿉니다.
바다 대신 비자림이나 오름으로 들어갑니다.
제주는 해안선만 아름다운 섬이 아니라 숲과 오름, 용암지형이 여행의 또 다른 절반입니다.
그래서 월정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변을 본 다음 곧바로 다른 해변을 찾아가는 것보다, 하루 중 절반을 숲과 오름에 배분하면 여행의 장면이 훨씬 다양해집니다.
먹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동선 안에 넣습니다.
제주 동쪽에서 전복요리를 먹고 싶다면 구좌읍에 있는 명진전복처럼 현재 영업이 확인되는 곳을 후보로 둘 수 있습니다.
공항을 오가는 날에는 제주식 해산물 요리를 취급하는 순옥이네 명가, 제주시에서 제주식 해장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우진해장국처럼 실제 운영 중인 식당을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주 흑돼지, 갈치, 고등어, 몸국, 고사리육개장, 전복, 해산물 같은 제주 음식을 하루 한두 가지씩 넣으면 됩니다.
맛집도 관광지와 똑같습니다.
3박 4일 동안 유명식당 여섯 곳을 찾아다니면 식사시간까지 이동 일정이 됩니다.
이번 여행이라면 동쪽에서는 전복이나 해산물 한 번, 제주시로 돌아온 날 흑돼지나 고사리육개장 한 번 정도로 대표음식을 나누겠습니다.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식당 숫자가 아니라 그날 본 풍경과 음식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바다를 본 날 해산물을 먹고, 숲과 오름을 걸은 날 저녁에 흑돼지를 먹는 정도의 느슨한 연결이면 충분합니다.

 

 

3. 마지막 날에야 제주시로 돌아온다|관광지 10곳을 포기해서 얻는 3박 4일의 진짜 여유와 여행경비

 

넷째 날이 되어서야 제주시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김녕·함덕 쪽에서 전날 놓친 장소 한 곳을 들르고, 비가 온다면 카페나 실내 콘텐츠로 바꾼 뒤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이 일정에서는 애월도 가지 않았고 중문도 가지 않았으며 협재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주는 다시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지입니다.
한 번의 3박 4일에 섬 전체를 압축하는 것보다 이번에는 동쪽, 다음에는 서쪽, 또 다른 여행에서는 한라산과 서귀포처럼 여행을 나누는 편이 각 지역을 더 깊게 볼 수 있습니다.
비용도 계산해보겠습니다.

2명이 여행하면서 렌터카와 숙소를 함께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1인 기준 왕복항공 8만 ~ 20만원, 숙박 3박 15만 ~ 30만원, 렌터카·연료·주차 등 8만 ~ 15만원, 식비 12만 ~ 20만원, 우도 선박·관광·카페·기타 7만 ~ 5만원 정도를 계획예산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계산하면 약 50만 ~ 100만원입니다.
항공 8 ~ 20 + 숙박 15 ~ 30 + 교통 8 ~ 15 + 식비 12 ~ 20 + 관광·기타 7 ~ 15 = 약 50 ~ 100만원

물론 항공권과 렌터카 가격은 날짜에 따라 변동폭이 크고, 혼자 여행하면 숙박과 렌터카의 1인 부담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게스트하우스와 대중교통을 활용하면 더 낮출 수도 있습니다.
제주에서 예산을 줄인다면 저는 관광지를 더 줄이지 숙박 위치를 희생하지 않겠습니다.
성산을 여행하면서 제주시의 저렴한 숙소를 잡고 매일 왕복하면 숙박비 몇 만원을 아끼는 대신 운전시간과 연료를 더 쓰게 됩니다.
그리고 제주여행에서 렌터카가 반드시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여행자라면 성산 2박처럼 생활권을 좁히는 이번 방식이 오히려 버스여행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장거리 환승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 포기한 것은 제주 서쪽이 아닙니다.
‘제주에 왔으니 최대한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 결과 성산에서 날씨가 좋으면 한 시간 더 머물 수 있고, 우도가 마음에 들면 배 시간을 하나 늦출 수 있고, 월정리 바다가 좋으면 다음 카페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여행이라면 제주도는 이미 여러 번 가본 사람에게도 조금 다른 섬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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