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스카이섬에서는 아침에 일정표보다 창밖을 먼저 볼 것 같다
스카이섬(Isle of Skye)을 여행지로 골랐다면 나는 날씨부터 완벽하게 맞추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섬은 스코틀랜드(Scotland)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초록색 능선과 검은 암벽, 바다와 구름이 한꺼번에 겹쳐지는 풍경이 꽤 독특하다.
맑은 날의 풍경도 좋지만 낮게 깔린 구름이나 안개가 산허리를 덮었을 때 오히려 스카이섬(Isle of Skye)다운 분위기가 강해진다.
그렇다고 비바람이 심한 날 산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내가 4~5일 머문다면 아침에 날씨를 보고 그날의 목적지를 정하겠다.
시야가 깨끗하다면 가장 먼저 올드 맨 오브 스토르(Old Man of Storr)로 향하고 싶다.
거대한 바위기둥이 솟은 이곳은 단순히 주차장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끝나는 곳이라기보다 직접 걸어 올라가면서 풍경이 계속 달라지는 곳이다.
다음 후보는 퀴라잉(Quiraing)이다.
사진만 보면 비슷한 산악 풍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여행계획을 세워보면 두 장소를 한꺼번에 급하게 묶을 이유가 별로 없다.
좋은 날씨를 만난 장소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편이 낫다.
반대로 구름이 낮게 내려온 날에는 페어리 풀스(Fairy Pools)나 포트리(Portree) 주변을 선택하겠다.
여행의 중심지는 포트리(Portree)가 가장 편해 보인다.
항구를 중심으로 숙박시설과 식당이 모여 있어 낮에는 자연을 찾아 움직이고 저녁에는 굳이 먼 거리를 다시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길은 짧지 않다.
인천에서 영국으로 들어간 뒤 에든버러(Edinburgh)나 글래스고(Glasgow)를 거쳐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선을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섬에 들어간다고 해서 꼭 배를 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토의 카일 오브 로칼시(Kyle of Lochalsh)와 섬의 카일라킨(Kyleakin)이 스카이 브리지(Skye Bridge)로 이어져 있어 차를 가지고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나라면 스카이섬(Isle of Skye)만 따로 떼어내기보다 스코틀랜드(Scotland) 로드트립의 한 구간으로 만들겠다.
5월부터 초가을까지는 비교적 긴 낮을 활용하기 좋지만, 한여름에는 여행객과 숙박 수요도 많아진다.
결국 내가 이곳에서 챙길 것은 두꺼운 여행계획표보다 방수 재킷, 걷기 편한 신발, 그리고 하루 정도의 빈 일정이다.
스카이섬(Isle of Skye)은 날씨를 이기는 여행지가 아니라 날씨에 맞춰 움직일 때 더 재미있어지는 여행지에 가깝다.
2. 포트리에서 자고 북쪽과 서쪽을 나눈다면, 관광지 숫자부터 줄이겠다
지도를 처음 보면 하루면 웬만한 곳을 다 돌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카이섬(Isle of Skye)에서는 거리만 계산해서 일정을 짜면 아쉬울 것 같다.
섬을 도는 셀프 드라이브 코스만 해도 300km를 훌쩍 넘길 수 있고, 걷는 시간이 더해지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래서 숙소를 포트리(Portree)에 잡았다면 하루는 북쪽에 집중하겠다.
아침 일찍 올드 맨 오브 스토르(Old Man of Storr)를 걷고 퀴라잉(Quiraing)으로 이동한 뒤, 시간이 허락하면 페어리 글렌(Fairy Glen)을 더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 날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 페어리 풀스(Fairy Pools)와 킬린 산맥(Cuillin Mountains) 주변을 보는 식이다.
던베건 성(Dunvegan Castle)까지 보고 싶다면 또 다른 반나절을 남겨두고 싶다.
이렇게 나누면 관광지 숫자는 줄어들지만, 차에서 내리고 다시 타는 여행은 피할 수 있다.
숙소도 여기서는 전망만 보고 고르지 않을 생각이다.
바다가 보이는 외딴 숙소가 사진으로는 멋져도 저녁을 먹으러 왕복 한 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면 매일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나는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보다 숙소를 나선 뒤 하루가 얼마나 편해지는지를 먼저 보겠다.
먹거리 역시 화려한 메뉴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스코틀랜드(Scotland)의 재료를 맛보는 쪽으로 잡고 싶다.
해산물과 생선, 양고기 요리를 한두 번 제대로 먹고, 나머지는 가벼운 펍 식사로 섞는 정도가 적당하다.
조금 특별한 저녁을 넣고 싶다면 포트리(Portree)의 스코리브랙(Scorrybreac)을 후보에 올려볼 만하다.
또 탈리스커 증류소(Talisker Distillery) 주변을 지나는 날에는 더 쓰리 침니스 앳 탈리스커(The Three Chimneys at Talisker)처럼 일정 자체와 연결되는 식당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맛집을 고르는 기준도 여기서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유명한 식당이라고 해서 반대편까지 운전하는 대신 오늘 움직이는 길 위에 있는 좋은 식당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 저녁 식사를 위해 여행 동선을 다시 뒤집을 필요가 없다.
결국 스카이섬(Isle of Skye)에서는 관광지와 맛집을 각각 따로 저장하는 것보다 하루의 방향 하나를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쪽으로 가는 날은 북쪽에서 끝내고, 서쪽으로 가는 날은 서쪽을 즐긴다.
그래야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작은 해안이나 이름 모를 전망대에서 차를 멈출 여유도 생긴다.
3. 스카이섬에서는 숙박비보다 ‘시간을 사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
스카이섬(Isle of Skye) 여행경비를 계산하면서 항공료, 숙박비, 식비를 줄줄이 적는 방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이 여행에서 먼저 구분하고 싶은 것은 아껴도 되는 돈과 아끼지 않을 돈이다.
먼저 아끼지 않을 것은 이동이다.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한다면 렌터카 비용을 나눠 부담하더라도 차를 이용하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스카이섬(Isle of Skye)은 유명 장소가 한 도시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이동의 자유가 곧 여행시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외곽 숙소가 포트리(Portree)보다 1박에 5만원 저렴하다고 가정해보자.
4박이면 20만원을 절약한다.
그런데 매일 식사와 관광을 위해 왕복 이동이 늘어나면 연료비뿐 아니라 여행시간까지 같이 사용한다.
그렇다면 나는 20만원을 절약하는 대신 중심지에 머물겠다.
반대로 충분히 아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식사다.
점심까지 매번 레스토랑을 예약할 필요는 없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낮에는 가벼운 식사, 저녁 한 끼만 제대로 즐기는 식으로 조절하면 음식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관광지 역시 입장권을 많이 사는 여행이 아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는 올드 맨 오브 스토르(Old Man of Storr), 퀴라잉(Quiraing), 해안 풍경의 상당 부분은 결국 자연을 걷고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여행비를 더 쓸 수 있다면 고급 객실이나 매끼 비싼 음식보다 하루를 추가하는 데 쓰겠다.
예를 들어 이미 한국에서 스코틀랜드(Scotland)까지 오는 항공료를 지불했다면 3박에서 4박으로 늘릴 때 추가되는 것은 숙박 1박과 하루 식비·렌터카 정도다.
반면 3박에 모든 것을 압축하면 비가 오는 하루가 여행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4~5박이라면 날씨가 나쁜 날과 좋은 날을 서로 바꿀 여지가 생긴다.
이 차이가 꽤 크다.
결국 스카이섬(Isle of Skye)에서 내가 세울 예산 원칙은 간단하다.
숙소의 등급에는 조금 아끼고, 숙소의 위치에는 아끼지 않는다.
점심에는 아끼고, 기억에 남을 저녁 한 끼에는 쓴다.
관광지 숫자에는 돈을 쓰지 않고, 하루의 여유에는 돈을 쓴다.
한국 출발 장거리 여행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저가형 여행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면 무조건 비싼 여행으로 갈 필요도 없다.
나에게 스카이섬(Isle of Skye)의 가성비는 ‘얼마나 싸게 다녀왔는가’가 아니라 비가 와도 다음 선택지가 남아 있었는가로 계산될 것 같다.
더 많은 콘텐츠는 프로필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More content via the link in bio.
https://www.instagram.com/isangceol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