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네스트섬(Rottnest Island·로트네스트섬)을 검색하면 화면을 가장 먼저 채우는 건 십중팔구 쿼카(Quokka·쿼카)다.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으니, 처음에는 나도 이 섬을 퍼스에서 배 타고 들어가 쿼카 사진 찍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코스 정도로 생각하기 쉬웠다.
그런데 여행 동선을 하나씩 짜보면 생각보다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차가 거의 없는 섬에서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찾아다닐 수 있고, 물속에는 산호와 물고기가 있는 스노클링 포인트가 이어진다.
8월부터 12월에는 주변 바다로 이동하는 혹등고래와 남방긴수염고래를 볼 기회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로트네스트라고 부르는 이 섬에는 와제멉(Wadjemup·와제멉)이라는 훨씬 오래된 이름과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될 원주민의 역사가 함께 있다.
아침 배에서 내려 저녁 배를 다시 타는 여행과 이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이 얼마나 다른지를 따라가 보려고 한다.
그 차이를 알고 나면 로트네스트에서 몇 시간을 보낼지부터 달라진다.

1. 오전 9시, 쿼카보다 먼저 자전거를 빌리고 싶어진다|퍼스에서 들어가는 첫날의 동선
로트네스트섬은 서호주(Western Australia·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퍼스(Perth·퍼스) 앞바다에 있다. 프리맨틀(Fremantle·프리맨틀)에서는 약 19㎞ 떨어져 있고, 페리는 프리맨틀을 비롯해 퍼스 시내와 힐러리스 보트 하버(Hillarys Boat Harbour·힐러리스 보트 하버) 등에서 출발한다
. 출발지에 따라 이동시간은 약 25 ~ 90분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간다면 인천 → 퍼스 → 프리맨틀 또는 페리 선착장 → 로트네스트섬이라는 그림을 먼저 그리면 된다.
그런데 배에서 내린 뒤부터 이 섬의 여행법이 조금 재미있어진다.
자동차를 빌려 유명 관광지를 차례대로 찍는 방식이 아니다.
로트네스트는 일반 차량 운행이 크게 제한된 차 없는 여행지에 가까운 섬이라 자전거와 도보가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따라서 쿼카부터 찾겠다고 선착장 주변만 맴돌기보다 아침에 도착했다면 먼저 자전거를 확보하고 톰슨베이(Thomson Bay·톰슨베이)에서 서쪽으로 움직여 보는 편이 재미있다.
여기서 첫 번째 선택이 생긴다.
“섬 전체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 것인가, 좋은 해변 몇 곳만 골라 천천히 갈 것인가?”
나는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후자를 권하고 싶다.
사진으로 보면 로트네스트가 조그마한 섬처럼 느껴지지만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계속 자전거를 타면 체감거리는 달라진다.
특히 한여름에는 ‘섬 한 바퀴 완주’가 여행의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차라리 더 베이슨(The Basin·더 베이슨)이나 리틀 새먼 베이(Little Salmon Bay·리틀 새먼 베이), 파커 포인트(Parker Point·파커 포인트)처럼 수영과 스노클링을 할 곳을 정하고 자전거를 세워두는 방식이 로트네스트답다.
공식 관광정보에서도 섬의 자전거 도로와 워킹트레일, 여러 해변의 스노클링을 핵심 경험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계절을 고려해야 한다.
퍼스의 여름인 122월은 해변과 수영을 즐기기에 좋지만 한낮의 햇볕과 더위를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늘어날 수 있어 자전거+해수욕 일정에는 변수가 생긴다.
봄과 가을은 자전거와 걷기를 섞기 상대적으로 편한 시기다.
특히 8~12월에 방문한다면 해안에서 이동하는 고래를 볼 가능성도 있어 단순 해수욕 여행과 또 다른 일정이 만들어진다.
숙박을 한다면 위치를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첫 방문이라면 톰슨베이와 메인 세틀먼트(Main Settlement·메인 세틀먼트) 주변이 식사와 이동 면에서 편하다.
숙소 성격은 꽤 다양하다. 조금 편하게 쉬고 싶다면 더 로지 와제멉(The Lodge Wadjemup)이나 디스커버리 리조트 로트네스트 아일랜드(Discovery Resorts - Rottnest Island) 같은 선택지가 있고, 비용을 조절하고 싶다면 스테이 로트네스트(Stay Rottnest)의 셀프컨테인드 숙소 같은 형태도 살펴볼 만하다.
공식 숙박정보에서도 캠핑장부터 셀프컨테인드 객실, 부티크 숙박까지 서로 다른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로트네스트에서는 숙소가 목적지가 아니라 ‘섬에 관광객이 빠져나간 뒤에도 남아 있기 위한 티켓’에 가깝다.
이 생각을 하고 나면 1박의 의미가 달라진다.
2. 오후 5시 마지막 페리를 타지 않았다|그때부터 ‘쿼카섬’이 아닌 와제멉이 보이기 시작한다
로트네스트를 당일치기로 찾는다면 오후가 되면서 계속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고, 선착장으로 돌아가야 하고, 예약한 페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1박을 하면 오후부터 그 압박이 사라진다.
낮 동안 북적이던 사람들이 배를 타고 퍼스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해변은 조금씩 조용해진다.
굳이 다음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바다 앞에 앉아 있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걸어 나오는 식으로 하루를 끝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로트네스트를 ‘숙박시설이 좋은 섬이라서 1박하는 곳’보다 ‘마지막 페리를 보내보기 위해 1박할 가치가 있는 섬’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그리고 시간이 생기면 쿼카만 바라보던 시선도 조금 달라진다.
쿼카를 만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까이 다가왔다고 만지거나 먹이를 줘서는 안 되고, 사진을 찍겠다고 동물을 몰아세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다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치고 잠시 멈춰 보는 정도가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로트네스트를 정말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은 쿼카보다 와제멉이라는 이름이다.
와제멉은 전통 소유자인 와죽 눙가르(Whadjuk Noongar·와죽 눙가르)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다.
이름에는 흔히 ‘물 건너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된다.
이 땅은 수천 년 전 해수면이 상승하기 전에는 본토와 연결돼 있었으며 고고학적으로도 오랜 원주민 거주의 흔적이 확인된다.
그리고 섬에는 훨씬 무거운 역사도 있다.
식민지 시대 이곳은 원주민 남성과 소년들을 수감하는 장소로 사용됐고, 숨진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지금도 이 섬에 묻혀 있다.
당시 수감자들이 세운 건축물 가운데 일부도 남아 있다.
현재 와제멉 박물관(Wadjemup Museum·와제멉 박물관)이 있는 건물 역시 그런 역사와 연결된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섬을 걸으면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쿼카와 셀카 찍는 귀여운 섬’이라는 한 문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장소가 된다.
그래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해변 하나를 더 보는 대신 박물관과 역사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넣고 싶다.
이게 로트네스트를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은 이유다.
여행지의 고유함은 반드시 남들이 모르는 비밀 해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장소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고 걷는 것 역시 여행의 일부다.
저녁은 메인 세틀먼트로 돌아와 해결하면 편하다.
조금 느긋하게 식사하고 싶다면 이탈리아 요리를 내는 이솔라 바 에 치보(Isola Bar e Cibo), 편안하게 한 끼를 먹고 싶다면 프랭키스 온 로토(Frankie's on Rotto) 같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굳이 프로그램을 하나 더 예약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서쪽 바다로 가면 된다.
그날 로트네스트에서 가장 비싼 체험보다 해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한 시간이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3. 다음 날 아침, 이 섬에서 돈을 어디에 쓸지 다시 계산해봤다|당일치기와 1박 2일의 선택법
로트네스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이 섬의 여행경비를 보는 방법도 조금 달라진다.
“숙박비가 비싸니까 당일치기가 무조건 낫다”라고 단정하기보다 내가 로트네스트에서 무엇을 사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 좋다.
쿼카를 보고 해변 두세 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일치기로 충분하다.
아침 페리로 들어와 자전거를 빌리고 더 베이슨에서 수영한 뒤 쿼카를 보고 늦은 오후 페리로 돌아가면 된다.
이 경우 퍼스 숙소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로트네스트의 비싼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
반대로 여행에서 일몰과 이른 아침의 조용한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숙박비가 단순히 ‘잠자는 비용’이 아니라 당일 관광객이 떠난 뒤의 섬을 이용하는 비용이 된다.
아침 식사도 거창할 필요가 없다. 메인 세틀먼트에는 로트네스트 베이커리(Rottnest Bakery)가 있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레인 카페 로트네스트(Lane Cafe Rottnest)처럼 이른 시간부터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조금 색다른 메뉴를 찾는다면 동남아시아풍 요리를 내는 론타라(Lontara)도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굳이 모든 끼니를 비싼 레스토랑에서 해결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로트네스트까지 여행한다고 가정하면 비용은 두 층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첫 번째는 한국→퍼스 여행비다. 왕복항공권과 퍼스 숙박을 포함해야 한다.
두 번째가 로트네스트에 들어가기 위해 추가되는 비용이다.
왕복 페리, 섬 입장 관련 비용, 자전거 또는 버스, 식사, 스노클링 장비, 그리고 숙박을 선택한다면 1박 비용이 추가된다.
따라서 ‘로트네스트 여행경비 100만원’처럼 하나의 숫자로 묶는 것은 오히려 실용성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호주까지 가는 항공료는 날짜에 따라 변동폭이 크고, 로트네스트에서 당일치기를 하느냐 2박을 하느냐에 따라 비용구조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퍼스 4박+로트네스트 1박의 5박 7일 여행을 계획한다면 1인 기준으로 국제선 70만 ~ 150만원, 퍼스와 로트네스트 숙박 50만 ~ 100만원, 페리와 현지교통·자전거 15만 ~ 30만원, 식비 25만 ~ 45만원, 스노클링·투어와 기타 비용 10만 ~ 30만원 정도를 우선 예산표에 넣겠다.
그러면 약 170만 ~ 355만원 정도의 계획용 범위가 나온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로트네스트에 몇 박을 배정할 것인가다.
첫 방문이라면 나는 세 가지로 나누겠다.
쿼카가 가장 궁금하다면 당일치기.
해변과 자전거까지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1박 2일.
스노클링과 와제멉 비디(Wadjemup Bidi·와제멉 비디) 걷기까지 여행의 중심으로 삼는다면 2박 이상.
이렇게 나누면 무조건 “몇 박 이상 가세요”라고 추천하는 것보다 자기 여행스타일에 맞게 판단하기 쉽다.
로트네스트의 계절도 같은 방식으로 고르면 된다.
수영과 스노클링이 목적이면 따뜻한 계절을 중심으로 보고, 자전거와 걷기가 목적이라면 한여름의 강한 햇볕을 피한 시기가 오히려 편할 수 있다.
고래까지 보고 싶다면 공식적으로 이동 관찰시기로 안내되는 8~12월을 고려할 수 있다.
결국 로트네스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쿼카 한 마리가 아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다음 해변을 찾아가는 속도, 스노클링을 끝내고 모래 위에서 보내는 오후, 마지막 페리를 보내고 난 뒤 조용해진 섬, 그리고 와제멉이라는 이름 뒤에 남아 있는 오래되고 무거운 역사까지 모두 합쳐져야 이 섬의 모습이 완성된다.
그래서 로트네스트를 간다면 쿼카 사진을 몇 장 찍었는지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시계를 확인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기억해보면 좋겠다.
그 순간이 왔다면 하루 더 머문 선택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